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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시피]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자동차 장르, 낯설지만 매력 넘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자동차 장르는 세단과 SUV입니다. 세단은 승용차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4개의 문 그리고 독립된 트렁크 공간을 갖추고 있는 장르를 말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량인 현대의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기아의 K시리즈, 쉐보레의 크루즈, 말리부, 임팔라, 르노삼성의 SM3, SM6, SM7 등 국산차 브랜드의 대표 차종들이 모두 세단입니다.

SUV의 인기도 뜨겁습니다. 넉넉한 파워와 넓은 공간을 갖춘 SUV는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 나라의 특성과도 잘 맞는 데다가 최근의 레저 열풍을 타고 급성장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자동차 소비자의 취향과 목적이 다양한 만큼 세단과 SUV 외에도 굉장히 다채로운 자동차 장르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자동차의 장르를 소개합니다.

GT (Grand Tourer / Gran Turismo)

근세 유럽에서는 귀족들이 유럽을 순방하며 견문을 쌓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이러한 여행을 '그랜드 투어'라고 불렀으며 이런 여행에 적합한 자동차를 GT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즉 안락한 승차감과 넉넉한 공간을 갖춘 고성능 럭셔리카라고 볼 수 있습니다.

GT카들은 최소 몇 백 km에서 몇 천 km의 거리를 편안하게 주행할 목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고성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다만 스포츠카가 압도적인 달리기 실력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GT는 고성능과 장거리/장시간 운전에도 운전자가 편안할 수 있는 조용하고 안락한 승차감의 균형이 중시되는 장르입니다.

안락함, 적어도 2명 이상이 수화물을 동반할 수 있는 수납공간, 고급 편의시설까지 동시에 중시되는 장르입니다. 때문에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비교적 잘 억제할 수 있으면서 민첩한 기동이 가능한 FR 구조를 많이 택하며 넓은 공간을 위해 준대형급 이상의 크기를 채택하는 편입니다.

GT가 태생부터 귀족들을 위한 차였기 때문인지 벤틀리, 마세라티, 벤츠, BMW 등 고급차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차량으로는 BMW의 6시리즈 GT,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 페라리의 GTC4루소 등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400km 밖에 안되고 곳곳에 휴게소가 있는 우리나라 특성 상 한국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최근에 등장한 기아의 스팅어가 GT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Fastback

패스트백은 세단과 해치백의 중간에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단과 유사한 형상으로 루프 라인이 완만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을 지니고 있지만 트렁크가 별도로 독립되어 있지 않고 해치백처럼 리어 윈도와 함께 열리는 형태를 말합니다. 뒷 유리에서부터 트렁크 윗 부분까지 하나의 면으로 빠르게 깎은 형태라서 Fastback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후방 시야는 급격하게 떨어지는 라인 덕분에 해치백에 비해 나쁘지만,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며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날렵한 느낌을 줘서 고성능 차에 자주 적용됩니다. 운전석 부근에서 최고점을 찍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라인이 특징인 쿠페와 많이 비슷해 패스트백 쿠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패스트백의 대표적인 차량으로는 포르쉐 파나메라가 있습니다.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 i30 역시 패스트백 버전이 있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아이오닉도 패스트백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포니 1세대 4도어가 패스트백 형태를 채용한 모델이긴 했으나 세단이 인기가 있고 해치백이 인기가 없는 우리나라 특성 상 쉽게 보기 힘든 장르입니다.

SAC (Sport Activity Coupe)

SUV는 Sport Utility Vehicle의 약자입니다. BMW는 이러한 SUV 장르를 2007년 X6를 통해 쿠페로 재해석하면서 SAC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X6의 디자인은 쿠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날렵하게 떨어지는 라인을 SUV에 넣어 SUV 디자인을 굉장히 날렵해 보이도록 만든 디자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근육질이지만 동시에 매우 날렵한 종합격투기 선수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최초 등장했을 때는 SUV와 쿠페의 만남이 어색하게만 느껴졌지만 BMW X6는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보다 한 체급 아래의 X4 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벤츠 역시 GLE 쿠페와 GLC 쿠페를 통해 해당 장르에 뛰어들었으며 아우디나 포르쉐 역시 해당 장르의 차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AC가 명실상부한 하나의 장르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2000년에 등장한 폰티악 아즈텍이 쿠페와 SUV의 만남을 먼저 시도한 선구자적 차량으로 꼽히지만 BMW의 X6에 비해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국내 브랜드인 쌍용차 역시 액티언을 통해 BMW보다 먼저 쿠페와 SUV의 만남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나간 탓인지 액티언의 판매량은 높지 못했습니다.

Roadster

차량 지붕의 개폐가 가능한 차량을 컨버터블이라고 하는 것을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컨버터블 중에서도 시트가 2개 이하인 차량을 보통 로드스터라고 부릅니다. 스피드스터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담으로 포르쉐 박스터는 Boxer와 Roadster의 합성어입니다.

컨버터블인데다가 2인승이라 수납 공간 등 실용성보다는 달리기 성능 그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 시원한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슬라의 첫 모델이 바로 로드스터였으며, BMW Z4, 아우디 TT 로드스터 등이 있습니다. 혼다의 경차 컨버터블 S660 역시 로드스터입니다. 국산차 중에서는 기아 엘란이 로드스터이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본격적인 로드스터 모델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Muscle Car

마차가 다니던 시절부터 형성된 좁은 도로의 영향으로 유럽 차들이 핸들링, 콤팩트함을 추구하던 것에 반해 미국은 광활한 국토와 곧게 뻗은 도로로 인해 편안하고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차 세계 대전 이후 정비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가 대량으로 사회에 쏟아져 나오고, 소형 군용 활주로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면서 드래그 레이스를 위한 튜닝이 유행하게 됩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효율성보다는 대배기량의 엔진을 얹은 차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1960년 대에 최초로 등장한 머슬카는 미국식 고마력 대배기량의 2도어 스포츠카를 지칭하는 말로서 아메리칸 머슬카는 이름처럼 굉장히 마초적인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스탱급 차체에 6기통이나 8기통 엔진을 얹은 것이 미국식 머슬카의 전형입니다. 머슬카는 명확하게 정의되는 분류 기준이 있지는 않으며, 머슬카보다 작은 엔진을 단 미국식 쿠페를 포니카라고 하기도 합니다.

장거리를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고출력을 지닌 차라는 점에서 위에서 소개한 유럽의 GT와도 유사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GT가 럭셔리를 지향한다면 머슬카는 중산층도 약간 무리하면 시도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로 비교적 더 넓은 구매층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머슬카는 오일 쇼크 이후 기름값이 급상승하면서 점차 인기가 줄어 명맥이 거의 끊겼다가 2000년 대 중반 등장한 포드 머스탱 5세대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됩니다. 포드 머스탱과 함께 쉐보레 카마로, 닷지 챌린저의 고성능 버전이 현존하는 대표적인 머슬카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쉐보레 카마로가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미국에 비해 기름값이 비싸고 교통 체증이 심한 국내 특성상 머슬카 장르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