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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시피] 제네시스, 전기차와 IT로 승부하는 건 어떨까?

제네시스 G70의 좋은 데뷔, 하지만 만족할 순 없는 상황

현대차가 2015년 정식 런칭한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세 번째 모델이자 완전 신차(New Car)로서는 첫 모델인 G70이 지난 9월 한국 시장에 정식 데뷔했습니다. 공개 직후 디자인이나 크기, 가격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국내 시장의 초기 반응은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판매 첫날만 정식 계약 2,100대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진정한 야심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는 것입니다.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에게 정말로 중요한 시장은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이며 이 시장들에서 벤츠, BMW, 아우디 못지 않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을 때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의 진정한 목표가 달성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G70을 살펴보면서 G70을 비롯한 제네시스 라인업이 과연 유럽, 미국 등 전통이 오래된 선진 자동차 시장 그리고 대국 부심이 있는 중국에서 독일 브랜드 못지 않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제네시스(차종 포함)란 이름으로 지난 10년 간 좋은 성과를 거두어 왔고, 발전 속도가 빠른 것이 사실이지만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류 브랜드로 자리잡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소비자의 인식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후발 주자가 시장 선도 브랜드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제공하는 가치가 동등한 것만으로는 안되며 무언가 확실히 압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냉정하게 봤을 때 G70이 뛰어난 상품성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독일 브랜드를 뛰어넘는다고 보기는 힘들고, 여전히 제네시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인식 속에서 벤츠, BMW, 아우디와 동급으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현대의 미래 전략 3대 축: N브랜드, 제네시스, 친환경차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과거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 아래 “품질 경영”, “가격 대비 가치”, “디자인”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현대차는 미래를 위해 크게 세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제조사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고성능 모델 N”, 양품이 아닌 명품으로서 도약을 위한 “제네시스”,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전기차/수소차 친환경차” 입니다. 현대차의 차기 리더인 정의선 부회장은 이 세 가지를 직접 세심하게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위 세 가지 중 현대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단연 친환경차라고 생각합니다.

고성능 모델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장 동경하는 것이었으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율 주행차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앞으로는 그 중요성이 20세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후발 주자인 현대차가 아무리 고성능 모델을 훌륭하게 개발하게 한다 하더라도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들 역시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이들을 따라잡는 것만 해도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설령 현대차가 이들을 기술력으로 앞선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자동차 시장의 질서가 아예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1등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시장을 선도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측면 에서든 한 번은 반드시 1등이 되야 합니다. 현대가 목표로 지목하는 벤츠, BMW, 아우디는 자동차의 역사만큼 오래된 브랜드이며, 그 오랜 시간 속에서 항상 시장을 리드해온 브랜드들입니다. 이들과 동급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무언가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들 이후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고 할 만한 브랜드는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확고한 소비자 인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렉서스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렉서스조차 유럽에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브랜드들이 확고하게 각자의 영역을 구축한 전통의 자동차 질서 속에서는 현대차가 무언가 획기적으로 새로운 것을 제시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뒤집지 못하면 사람들의 인식은 잘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현대가 제네시스를 훌륭하게 만들었어도 사람들은 무언가 벤츠, BMW, 아우디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할 것이며, 미디어 역시 그런 점을 찾아내고 지적하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잘해봐야 2류가 될 수 있을 뿐 1류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인 친환경차 그리고 IT와 결합하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의 영역이 현대차가 승부를 걸기에 가장 승산이 높은 곳으로 보입니다. 언제나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 기존 경쟁 구도에 지각 변동이 생겨왔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도 기존의 강자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의 강자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는 후발 주자가 치고 나갈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생 자동차 브랜드인 테슬라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팬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을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 =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기회

우리는 앞으로 10년 안에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에서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급격하게 바뀌면서 기존 문법들이 통째로 바뀌는 것을 목격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시기가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입니다.

현대차는 토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와 함께 수소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전기차 분야에서는 아이오닉을 런칭하며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 문제로 수소차보다는 전기차 보급이 더 쉬운 상황입니다. 또한 아이오닉은 세계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으나 “가격 대비 가치”를 고려해야 하는 현대차 브랜드 성격상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제네시스가 브랜드 무게 중심을 전기차로 이동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어떨까요?

실제로 이런 전기차 First 전략은 후발주자인 중국 자동차&IT 업계에서는 이미 시도하고 있는 방식으로 중국 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미 한참 뒤쳐진 내연 기관과 변속기에 투자하기보다는 전기차와 자율 주행 분야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세계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각인된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새롭게 브랜딩을 할 여지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현대 브랜드와 달리 프리미엄 라인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격 정책이 가능하므로 상품 구성에 있어 자유도가 훨씬 높은 편입니다. 이러한 높은 자유도를 활용해 전기차와 IT 관련된 키워드들을 선점해 나간다면 어떨까요? 스마트폰 시대에서 삼성이 애플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됐듯이 제네시스가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제네시스에서 고성능 N 라인업이 등장할 것이냐를 궁금해하기도 하는데, N 브랜드가 지향하는 고성능 영역에는 이미 사람들 인식을 지배하는 AMG, M 등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인미답의 영역이 많은 전기차와 IT 부분에서는 점유할 수 있는 키워드가 아직 여러 개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한 자동차 브랜드가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노크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 자체가 서구인들의 시각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일일 것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제네시스가 미래 시장의 흐름을 절묘하게 이용해 노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포스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유일한 방법은 기존 문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전기차와 IT와 만나는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