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종합 뉴스 모음

[현지시승] 푸조 3008 GT타고 유럽에서 4,500km를 달리다 푸조의 최신 SUV 3008 GT를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타 봤다. 푸조 3008은 2014년 파리 모터쇼에서 디자인 모태가 된 ‘푸조 쿼츠(Quartz) 컨셉트카’를 선보이고 정확히 2년 후 2016 파리 모터쇼를 통해 데뷔했다. 푸조 3008은 MPV 스타일을 버리고 완전히 SUV로 전향한 모델로 푸조의 디자인과 기술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잘 생기면 뭐하냐고? 어느 자동차 브랜드나 균형은 중요하다. 소비자의 요구에 답하면서도 브랜드의 자존심과 가치는 지켜야 한다. 이전 모델과 현재의 모델을 연결하면서 정체성도 잃지 말아야 한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푸조 3008은 아무렇지 않게 이런 일을 해냈다. 측면 캐릭터 라인 그리고 날카롭게 솟아올라 헤드램프를 뒤덮은 범퍼는 이전 3008과의 연결고리를 말해주고, 사자 발톱 형태의 LED 테일램프 역시 푸조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첫눈에 사로잡을 만큼 잘 생겼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자동차 디자인은 너무 진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 평론가들에게 ‘푸조는 프랑스적이지만 보편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푸조 3008은 전혀 다르다. 프랑스 푸조 본사의 알렉시스 베니어 홍보담당자에 따르면 푸조 3008 디자인의 기본이 된 두 가지 컨셉트카는 ‘쿼츠’와 ‘이그샬트’로 두 모델의 중심 디자인 언어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곡선보다는 직선과 면을 과감하게 쓰고 부드러움은 차의 볼륨으로 표현했다. 플로팅 타입 루프라인도 곡선은 쓰지 않았다. 이런 디자인 형태를 차의 내외관에 모두 적용했다. 나아가 인테리어에서는 소재를 다양화해서 기능성을 발휘하도록 했다. 일례로 이번에 시승한 푸조 3008 GT는 알칸타라 소재를 통해 운전자가 시트에서 좀 더 덜 움직이도록 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푸조 3008의 백미다. i-콕핏으로 불리는 푸조의 인테리어는 이전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푸조의 작은 스티어링휠 너머에는 그래픽이 화려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있다. 이 계기판이 표현하는 그래픽은 ‘현존 최고’라는 찬사를 주저 없이 쓸 수 있을 만큼 화려하다. 날카롭게 다듬어진 송풍구는 어느 방향으로도 바람을 보낼 수 있다. 센터페이시아 중앙에 2개 층으로 나뉜 버튼들은 누르기 편할 뿐 아니라 자주 쓰는 버튼은 운전자 쪽으로 몰아 넣는 치밀함도 발휘했다. 기어봉은 BMW처럼 전자식으로 바뀌었고 스포츠 주행 모드 버튼은 바로 아래에 배치했다. 센터콘솔은 트렁크를 빼면 3008에서 가장 큰 수납공간이다. 게다가 냉장 기능까지 있어서 여름철 시원한 음료수를 넣어두기에 딱 좋다. 전반적으로 전후 오버행을 줄이고 휠 하우스는 크게 키우는 한편 차의 높이를 올리는 방법으로 이전까지 고수해 왔던 MPV 스타일을 버리고 완전한 SUV 스타일을 수립해 냈다는 점이 신형 3008의 ‘터닝 포인트’다. 이 개념은 향후 SUV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2008부터 5008에 이르는 전 라인업에 적용된다. 지난해 9월부터 푸조 브랜드 CEO가 된 장 필리페 임파르토가 주도하는 향후 푸조의 전략 가운데 핵심이기도 하다. 이 전략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3008은 2017 제네바 모터쇼에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됐고, 3008은 출시 전에만 1만 대의 주문을 받았고, 곧 데뷔할 4008 역시 유럽에서만 2만 5천 대 예약을 이끌어냈다. 자동차가 잘생기면 뭐가 좋은지 푸조 3008을 보면 알 수 있다. 주행거리 4,500km, 유럽을 달리다 직업상 많은 시승차를 몰아본다. 대개 길어야 몇 백km 내외지만 이번 푸조 3008은 4,500km를 넘게 달렸다. 우린 프랑스 푸조 본사에서 차를 받아 2017 제네바 모터쇼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로 향했고, 모터쇼를 마무리한 뒤에는 이탈리아와 독일을 거쳐 다시 파리로 향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스위스에서는 눈사태에 묻힐 뻔 했고, 이탈리아에서는 뙤약볕에 땀을 훔쳤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렸다. 시승차는 2.0L 디젤 엔진이 적용된 푸조 3008 GT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는 41.2kg.m을 발휘한다. 기존보다 덩치는 더 커졌지만, 무게는 오히려 100kg이 줄어 1,465kg이다. EMP2로 플랫폼을 바꾸고 알루미늄 비중을 늘리는 한편 테일 게이트를 경량화한 것이 주효했다. 그렇다고 내장재를 탈탈 턴 건 절대 아니다. 경량화와는 반대로 방음재는 크기와 면적을 늘렸는데 이로 인해 소음과 진동은 이전 모델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점이 느껴진다. 디젤 엔진의 약점으로 손꼽히던 중고속 영역에서 뻗는 힘은 확실히 달라진 면모 가운데 하나다. 또 핸들링은 아주 직관적이었다. 앞머리를 돌리는 대로 정확히 균형감을 발휘하는데 오래 운전해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다. 기어봉 아래에 있는 스포츠 모드도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버튼을 누르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인공적인 소리지만 ‘우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스티어링 휠에 답력이 더해지고 가속페달에 대한 반응은 조금 더 민감해진다. 다만 굽잇길에서 강하게 몰아붙이자 피드백이 다소 불분명해진다. 롤과 미끄러짐이 겹치는 과정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살짝 불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고속에서 뻗어가는 힘은 상당히 안정감이 있다. 2L의 디젤 엔진이 내는 토크는 2천rpm부터 3,750rpm까지 41.2kgm을 이어가는데 힘을 풀어내는 과정이 운전의 재미를 높인다. 그렇게 고속으로 달려도 동승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실내는 정숙했다. 시야도 탁 트여 운전의 자신감을 갖기에도 좋았다. 그 덕분인지 다양한 나라에서 각기 다른 도로환경과 법규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풍경을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가 없었다. SUV로 전향한 3008의 노림수는 통했다. 3008은 굉장히 매력적인 차였고, 어디가서든 시선을 받았다. 심지어 처음 보는 내게 서슴없이 ‘그 차 어떠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해가 갈만한 판매정책과 AS가 확보된다면 푸조 3008은 SUV를 원하는 누구에게라도 구입을 권할 만큼 매력이 넘친다. 오랜만에 한불모터스에게 기회가 다시 왔다.